작성일 : 13-05-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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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남 - 조병욱
작년 4월, 나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새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사무실 후배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동대구역 구내에서 기차를 타기위해 개찰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아주머니가 다가오더니, 집에 가야하는데 차비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첫눈에 이 아주머니가 역에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여비부족을 가장하여 상습적으로 구걸을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비록 보수의 차이는 있으나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며, 구걸 하는 것은 본인의 자활의지가 부족한 탓이라고 평소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 때까지 구걸하는 사람들 에게 의식적으로 동정을 베풀지 않았었다. 동정은 이들의 의타심만 배양시켜 결과적으로 이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이 날도 나는 이 아주머니를 차갑게 외면하였다. 아주머니는 야속 하 다는 듯이 애절한 눈빛으로 한 동안 내 눈을 응시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로부터 약 1주일 후, 야근을 하다가 밤 12시가 넘어 퇴근을 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갑자기 그 아주머니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순간, 그때 그 아주머니가 만약 예수님이었다면 하는 생각 이 들었다. 곧 이어서, 언젠가 주일학교 학생들이 성탄전야에 공연했던 성극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그 성극은 우리가 영광에 싸여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나실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릴 때 지치고 초라한 모 습으로 우리 가운데 이미 나타나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호소하시는 예수님을 알아 뵙지 못한다는 내 용이었다. 그 아주머니의 애절한 눈빛이 가슴을 저며 오면서 심한 자책에 사로 잡혔다.
그 시간에 아내는 귀가가 늦은 나를 기다리면서 낮에 이웃의 교우가 빌려준 원종수 집사 간증테이프 를 듣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집어 들어선 순간, 원종수씨는 어려움에 처한 할아버지를 도왔더 니 후에 그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예수님으로 나타났다는 간증을 하고 있었다.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완전한 것이었다. 동대구역에서 만났던 아주머니는 예수님이었으나, 나에게 찾아온 예수님을 맞아들이기는커녕 박대하 여 돌려보냈던 것이다. 나는 30여 년 동안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있었고 예수님은 문밖에 서계 셨다. 그날 밤, 나는 예수님을 박대한 죄에 대해 엄청난 통회의 눈믈을 흘리며 회개를 하였다.
다음날, 나는 새벽미사에 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으며, 생전 처음 나가게 되었다. 새벽미사 가는 길에, 눈물은 왜 그렇게도 하염없이 흐르는지 어떻게 교회까지 운전을 하고 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나는 예수님을 온전히 영접하게 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 동네 교회를 간헐적으로 다니다가 중학교 1학년때 부터 본격적으로 성공회에 다니 기 시작하여 신앙의 연조는 비교적 오랜 편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에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으 며, 나는 주일이 되면 그냥 교회에 나오는 교인의 수준에 머물렀을 뿐 신자는 되지 못했었다. 예수님을 영접하기 전에도 하느님 살아계심은 여러 차례 체험했으나, 나에게 있어 하느님은 내가 필 요할 때에만 찾고, 나의 필요가 충족되면 슬그머니 잊고 지내는 존재였다. 그러나 나는 이제 예수님을 영접하고 나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는 신자가 되었다. 10여년 전 최전방에서 소대장으로 근무 할 당시 죽음의 고비를 몇 번 맞이한 일이 있었는데 이를 넘겼을 때의 기쁨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 는 새 생명을 얻고 나니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게 되었고, 또한 나에게 여러 가지 변화가 오게 되었 다. 먼저 머리속에는 온통 하느님과 예수님 생각으로 꽉차게 되었으며, 마음 중심에 하느님께서 자리 잡고 계셨다. 세상 관심과 즐거움이 하느님과 교제하는 기쁨으로 변하였다. 아내와의 화제도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큰 집으로 이사 갈까 하는 궁리 등 세상적인 것에서 이제는 하느님에 관한 것으로 바뀌 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게 되었고, 독서의 대상도 세상 지식 쌓는 책에서 성경으로 바뀌게 되었다. 눈물도 많아졌다. 교회에서 성가를 부르다가도, 기도하다 가도, 신부님 설교를 듣는 도중에도 눈물이 흐르고, 운전을 하다가 예수님 생각만 하면 다시 태어난 기쁨에 가슴이 벅차오면서 눈물이 주 루룩 흐른다. 처음에는 남자답지 못해 보이고 창피해서 눈물을 감추려고 애를 써봤지만, 감출 수 없을 만큼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또 언제부터인가 하느님 믿는데 체면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굳이 눈물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벽미사 갈 때 성경책과 성가책 이외에 필 수품이 하나 더 생겼는데, 휴대용 휴지를 반드시 준비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새벽미사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작년 봄 예수님을 만나 처음 참석한 이래 이제 1 년째 새벽미사에 나가게 되었는데, 이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 믿는다. 주님께 새 날을 허락하여 주신데 대해 감사드리고, 하루를 지내면서 닥치는 매 순간 마다의 판단과 결정을 주께서 친히 해 주시고 도와주시기를 간구하며 주님께 맡기는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마음속에 사랑의 싹도 조금씩 움트기 시작하였다. 나는 예수님을 박대했던 전과가 있어서인지는 몰라 도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보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길을 가다가도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나 몸 이 불편한 분들을 보면 모두 예수님으로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도 생기게 되었 다. 전에는 미사가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제는 주일마다 만나는 교인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으며 교회에 남아 친교도 나누게 되었다. 미사 후 교회 안에 흩으러 진 성가 책이나 미사예문을 정리하는 일은 누군가 하는 사람이 있겠지 하고 방관하였으나 이제는 내가 그리스도 몸의 한 지체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뒷정리도 하게 되었다.
또한, 모든 것은 하느님께로 부터 나왔고, 주신 분도 하느님이요 가져가시는 분도 하느님이라는 사실 을 깨닫고 나서는 온전한 십일조를 바치게 되었다. 물질의 십일조뿐만 아니라 시간의 십일조도 바치 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새로 태어났다는 생각과 이제 비로소 신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미사 후 신부님이 실시하는 새신 자 교육을 받게 되었다. 기존의 교인이 새신자 교육을 받으니 주위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영적으로 새로 태어난 아기였으며, 분명 새신자였기에 영적인 유아 교 육이 필요하였다. 새신자 교육을 받으면서 상당수의 새신자가 교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을 보 고 그들이 튼튼히 뿌리내려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미력이나마 도와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끝으로, 과거에는 전도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에게 일어난 이 모든 변화가 하느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은총임을 깨닫고, 다시 태어난 기쁨을 나 혼자 간직할 수만은 없어, 자연스럽게 주위의 사람들에게 살아계신 하느님을 증거 하게 되었고, 주일 에 교회에 나오도록 권면하게 되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여 열매는 아직 많이 맺지 못했지만, 주님께 서 친히 열매를 거두시리라 믿으며, 다만 내가 감히 하느님 나라 확장하는 사업에 도구로 쓰임 받게 됨을 감사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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